일단 수원팬임을 밝히고 시작합니다.
그래서 K리그의 위상도 중요하지만, 특정 팀이 잘 나가는 것이 못 마땅한 것도 있습니다.
(작년에는 울산에 가서 울산현대의 우승을 축하해주기도 했지만...올해에는 혹시라도 우승컵을 국내팀이 가져오더라도 축하까진 힘들 듯...)
어쨌든, AFC 챔피언스리그의 결승전은 결정이 되었고,
10월 26일 상암에서
11월 9일에 광저우에서
각각 결승 1차전과 2차전을 치르게 됩니다.
오랫만에 다시 돌아온 결승전 홈 앤드 어웨이 방식에서
첫 번째 시험 무대는 서울과 광저우의 경기장이 되었습니다. (주1)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저는 이 결승전이 K리그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조심스럽게 가져 봅니다.
축구단을 운영하는 기업에서 홍보효과를 노리며 제대로 투자를 해주는 클럽 중 가장 으뜸은 전북 현대 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팀들이 못 한다는 의미는 아니고, 전북이 가장 돋보인다는 의미입니다.)
나머지 기업 구단의 경우는 수익의 사회 환원의 의미가 좀 더 강한 것처럼 보이고,
그것이 아니면 구단주가 너무나도 축구를 사랑해서 아무런 바람없이 후원해주는 경우도 있구요...
이러한 인식은 시민구단도 크게 다르지 않아서
구단주인 시장 혹은 도지사의 의지에 따라서 구단의 스폰서 금액이 달라지는 상황이 작금의 현실입니다.
여기서 전북 현대가 홍보를 위한 공격적인 투자를 하게 된 계기가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전북은 약팀으로 유명했던 팀이었고,
울산에 선수를 공급해주는 팀이라는 말까지 들었던 팀입니다.
하지만 2006년에 FA컵 우승팀의 자격으로 AFC 챔피언스리그의 우승과 그로 인해 클럽월드컵에 참가하게 되면서
현대자동차의 아시아권의 홍보효과를 제대로 보게 되었죠.
그 이후에는 뭐...
2009년과 2011년의 K리그(현재는 K리그 클래식)의 우승,
그리고 2011년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준우승 이라는 눈부신 성과를 거두게 됩니다.(주2)
게다가 올해 처음으로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진출한 FC서울과는 달리
이미 준우승도 경험했으니...
하지만 최근 AFC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국내 클럽들의 독무대였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해 클럽이 큰 혜택을 본 것은 전북 현대 뿐이라는 점은 조금은 시사하는 바가 있지 않나 생각이 됩니다.
최근 5년간 AFC 챔피언스리그 결승에 올랐던 국내 클럽들은 모두 다른 클럽입니다.
(심지어 전북 현대를 제외하고는 모두 우승을 했죠...)
2009년 포항(모기업 : Posco)을 시작으로,
2010년 성남(모기업 : 일화)
2011년은 준우승을 한 전북(모기업 : 현대.기아 자동차)
2012년은 울산(모기업 : 현대중공업)
그리고 올해 결승에 진출한 서울(모기업 : GS)
여기서 전북만이 소비재를 전세계적으로 판매하는 기업입니다.
(일화의 경우에는 소비재를 판매하긴 해도 그 규모가 작고, GS의 경우에는 홈쇼핑이나 편의점 사업 등을 진행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판매가 우세한 것 같습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현대자동차에서는 공격적으로 클럽에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
앞서 언급을 했듯이,
FC서울의 모기업도 국제적으로 커다란 소비재를 판매한다거나 소매유통업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FC서울이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을 하든 그렇지 않든 GS그룹에서 매우 큰 투자를 감행할 것으로 생각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제가 이번 결승을 기대하는 이유는 다른 부분입니다.
바로 상대가 광저우 이기 때문이죠.
광저우는 최근 중국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빅클럽 입니다.
그 동안 중국 슈퍼리그에서 큰 규모의 계약으로 주목받았던 적은 많지만,
광저우는 유럽에서 활약한 빅스타를 영입하는 대신, 남미리그에서 뛰는 빅스타를 영입했습니다.
그렇게 처음에는 샹하이만큼 커다란 주목을 받진 못 했지만,
강팀으로의 면모를 갖추었고,
2012년에는 최강희 감독이 국가대표 감독으로 전북의 감독을 잠시 비운 사이에
전북 현대를 대파하기에 이르게 되죠...(주3)
그리고 현재의 중국 국가대표 감독인 리피 감독이 광저우 감독을 겸임하고 있고,
중국 국가대표 중 6명이 광저우 소속이라고 합니다.
(베스트 일레븐에서 6명인지 전체 국가대표팀에서 6명인지는 잘 모르겠네요...넘어가죠...)
국가대표 팀 구성원 중 6명이 한 팀에서 배출되는 경우는 극히 이례적인 경우입니다.
그 덕분인지 중국 내에서도 광저우 팀의 인기는 높아 보이구요.
(사실...이건 중국 자체가 국내리그의 시장이 꽤 커서 광저우가 아주 큰 것인지 아니면 일반적으로 다 그 정도의 인기를 갖고 있는지는 판단하기가 애매합니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만 보면 꽤 인기구단처럼 보입니다.)
AFC 챔피언스리그 4강에 중국 클럽이 올라가자
평일에 열린 일본 원정 경기에 어마어마한 원정 응원단이 응원을 갔습니다.
(사실 이건...제가 응원하는 수원의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이미 경험해보긴 했습니다. 평일 경기라도 왠만한 주말 리그 경기의 원정팬보다 많은 수의 중국팬이 경기장을 메워주었던 것이 기억에 남습니다. 그리 큰 구단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상대팀은 '허난 잔예' 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광저우 홈에서 펼쳐진 경기는
킥 오프 1시간 전부터 CCTV 스포츠(실제 채널명은 CCTV 체육 이라고 한다고 본 것 같네요)에서 선수단이 호텔을 나서는 것부터 중계를 시작했다고 하더라구요.
경기를 시청했다고 하는 시청자는 3억명...
결승전에 올라가면서
결승전 예상 시청자는 5억명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동안의 다른 결승전보다 훨씬 많은 원정팬이 경기장을 가득 메울 것으로 생각됩니다.
(아마도 중국인 유학생도 상당수 경기장을 찾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아마 상암을 찾는 최다 원정팬인 수원을 능가하는 인원이 원정응원석인 S석을 가득 채우지 않을까 라는 생각까지 듭니다.
현재 상황에서 중계방송이 안 될 수도 있다는 우려는 있지만,
서울 입장에서는 챔피언스리그 1차전 - 슈퍼매치 - 챔피언스리그 2차전 으로 이어지는
구단 홍보의 최고의 시기인데 이런 기회를 놓칠리가 없을테니...
경기장은 아마 만원에 가까운 관중이 찾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누군가 농담삼아 달았던 댓글인데, 예상 시청자 수인 5억명 중 0.01%만 경기장을 찾아와도 5만명이라는 말을 하더라구요;;;)
그리고...사실 애석하지만 축구에 관해서는,
지역방송에서 지역팀의 중계를 담당하긴 하지만,
전국적인 중계방송을 타는 팀은 수원, 전북, 서울 뿐입니다.
(가끔 포항이나 울산이 포함되긴 합니다.)
그 중에서도 방송사 등 언론이 방문하기 쉬운 수원과 서울이 아무래도 많은 이슈를 생산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구요.
이러한 것들을 고려했을 때,
언론이 찾기 쉬운 팀이면서,
인기 구단에 속하면서,
상대팀의 원정응원단이 상당히 많이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 삼박자가 모두 갖춰진 첫 결승전이 이번 결승전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전북과 알사드는 인기 구단 + 알사드라는 공공의 적 까진 괜찮았는데, 알사드 원정 응원단이 그리 많진 않았죠...)
그리고 원정 응원단이 내뿜는 열기를 보며,
축구라는 글로벌한 컨텐츠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예상해봅니다.
이번 결승전이 끝난다고 해서 GS그룹에서 큰 돈을 쓰진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야구에만 투자하기로 합의하고 헤어진 LG그룹에서도 축구에 투자하진 않겠죠.)
하지만 아시아 시장에 자신의 브랜드를 알리고 싶은 회사는
조금 잘 나가는 시민구단에 메인 스폰서를 검토하는 효과는 낼 수 있지 않을까요?
아니면 AFC 챔피언스리그를 공식 후원하는 국내 기업이 나올 수도 있구요...
서울의 결승 진출은
연고이전 논란은 떠나서
국외 원정을 떠날 수 있는 경제적 능력이 갖춰진 팬이 많은 상대를 만난 빅매치가 되어
향후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최소한 축구가 돈이 안 된다는 편견은 조금은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요?
주1 -
한 동안은 중립경기장(주로 일본에서 많이 치뤄짐)에서 했고,
흥행에 문제가 된다는 지적으로
몇 년간은 8강전에서 추첨을 통해 결정된 토너먼트 결과표에 따라
A조의 토너먼트를 이기고 올라오는 팀의 홈경기장에서 결승전을 치뤘죠.
이에 대해 원정을 떠나는 팀이 너무 불리하다는 지적이 많았고,
그에 대해서 홈 앤드 어웨이로 방식을 바꾸었습니다.
실제로 단판 승부였던 경우에는 홈팀이 우승한 경우가 꽤 많았어요.
제 기억에 어웨이 팀이 우승했던건...
알사드가 전주에서 승부차기 끝에 우승한 경우 말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수원팬으로서 분노가 생기는 일입니다만...)
주2 -
이게 얼마나 대단한 성과이냐면...
K리그에서는 수도권 팀이 우승하면 그 다음 해에는 지방 팀이 우승하고,
지방 팀이 우승하면 그 다음 해에는 수도권팀이 우승하는 징크스가 있는데요.
2008년 수원이 우승한 이후에,
홀수해는 전북현대가 우승을, 짝수해에는 FC서울이 우승을 했습니다.
최근 4년간 우승을 단 두 팀이 번갈아 가면서 했고,
그 두 팀 중 한 팀이 전북 현대 모터스라는 말이죠...
주3 -
당시에 이 사건이 얼마나 충격적이었냐 하면,
전년도 AFC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팀이고,
실질적으로는 AFC에서 알 사드에게 준 특혜(레드 카드를 받은 선수가 1경기만 출장정지를 당하는 등 눈에 띄게 밀어주었음) 등을 고려했을 때는
우승은 전북이 했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었는데,
그러한 팀을 상대로 5-1의 압도적인 스코어로, 그것도 전북의 홈인 전주성에서 '발라버렸습니다'.
인터넷 여론 등을 봐도 당시의 광저우 외국인 선수는 클래스가 달랐다고 표현하는데,
그 주축 선수들은 다리오 콘카, 무리퀴 입니다.